1학기 수업 과제는 '숫타니파타 암송'이었다. 하지만 나는 발표 직전까지 과제를 미루고 또 미루었다. 불교를 배우곤 있지만, 경전은 재미없고 지루할 거라는 경계가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참으로 놀라운 과정을 겪게 된다. 암송하는 과정이 탁한 나를 조금이나마 맑게 해주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불교는 인식의 경계를 넘어가게 해줌을 또 한 번 느낀다.
여러 경 중에서 '동굴에 대한 여덟 게송의 경'을 암송한 이유는 쾌락과 소유욕이 주제였기 때문이다. 나는 쾌락과 소유욕으로 스스로도 괴로웠고 타인도 괴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방향이 올라오면 알아차려서 방향을 돌리고 싶었다. 또한, 소유욕을 떨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외웠다.
특히 게송중에 나 같은 사람들은 '물이 점점 없어지는 웅덩이의 물고기와 같다'고 비유한 모습이 정신을 확 들게 만들었고, 객관적으로 나를 보게 해줬다.
동굴에 대한 여덟 게송의 경
- "동굴에 집착하고, 온갖 것에 덮여 있고, 유혹 속에 빠져있는 자, 이러한 사람은 멀리 여읨과는 거리가 멀다. 참으로 세상에서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버리기 어렵다.
- 욕망을 조건으로 존재의 환희에 묶인 자들, 그들은 미래와 또는 과거를 생각하면서, 현재나 과거의 감각적 쾌락에 탐착하기 때문에, 스스로 해탈하기도 어렵고, 남에 의해서 해탈되기도 어렵다.
- 감각적 쾌락에 탐닉하고 열중하는, 어리석고 비열한, 바르지 못한 행위에 빠져있는 자, 그들은 괴로움에 짓눌려 '여기서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하고 비탄해 한다.
- 그러므로 사람은 여기서 배워야 한다. 세상에서 부정(不正)이라고 알려진 그 어떤 일에도 그것을 위해 부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사람의 목숨은 짧다고 현자는 말한다.
- 갈애에 사로잡힌 존재들 가운데, 세상에서 떨고 있는 뭇삶을 나는 본다. 다양한 존재에 대한 갈애를 떨치지 못한 채, 못난 사람들은 죽음에 직면하여 비탄해 한다.
- 내 것이라고 동요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잦아드는 물웅덩이의 물고기들과 같다. 이 모습을 보고, 나의 것을 떨치고 존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유행하라.
- 현자는 양극단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고, 접촉을 두루 알아서, 탐하지 않으며, 자신조차 비난할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오염되지 않는다.
- 지각에 대해 두루 알아 거센 흐름을 건너라. 성스러운 삶을 사는 님은 소유에 더럽히지 않으며, 번뇌의 화살을 뽑고, 방일하지 않고, 유행하며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바라지 않는다."
- 『숫타니파타』, 전재성 역주, 한국빠알리성전협회,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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